1. 게임 업계를 선택했던 이유
2. 취업 준비 과정
3. 국비 지원 학원, 괜찮은가?
4. 면접 과정
5. 첫 출근
6. 업무 시간과 야근
7. 장점과 단점
8. 퇴사 동기
9. 퇴사 이후의 삶
1. 게임 업계를 선택했던 이유
게임 업계를 선택한 이유는 사실 큰 이유가 있진 않았다. 나는 대학교 4학년을 졸업할 때까지 별다른 꿈이 없었다.
어릴 때 부터 엄한 가정에서 반 강제적으로 마음에도 없는 공부를 강요받아, 어떻게 꾸역꾸역 꽤 좋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원하는 전공도 아닌 수능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학교에 가게 되었다.
한 번의 전공 변경을 거치면서, AI 학부로 전과를 했었다. 그 때 당시만해도 교수님이 AI가 미래다 라는 얘기를 할 때
'사기'라고 생각했다. 그 어리석은 생각으로 학부 수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전과하기 전까지만 해도 학과 이름 때문에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운 전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쪽과는 거리가 매우 멀었었기 때문에 잘못 전과했다고 후회를 했었다.
그러던 중 전공 과목 중 유일하게 1개가 눈에 띄었다.
'게임 프로그래밍 '
대학 생활의 절반 정도를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보냈었기에,
이 시간 동안 나는 강의는 어딘가 켜두기만 한 채로 자는 시간을 빼고 게임만 하면서 살았다.
로스트아크, 검은 사막, 심즈4, 엘더스크롤, 폴아웃4, 메이플스토리...
내 인생을 갈아 넣은 게임들이었다.
때문에 이 강의 제목을 보고 흥미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수강 신청 경쟁률도 어렵지 않았기에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학과 자체는 게임 학과가 아니기에, 담당 교수님이 존재하는 강의가 아니었다.
교수님과 볼 일 없이 초청 강사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나는 오히려 이 부분이 좋았었다.
강의는 유니티엔진을 사용하는 입문법 정도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이 때가 처음으로 유니티라는 걸 알게 된 시작점인 셈이다.
게임 프로그래밍 강의가 총 2번 있었는데, 각자 다른 강사분들이 진행했었다.
한 분은 넥슨에서 근무하셨던 분이었고, 한 분은 이력이 기억나진 않지만 굉장히 열심히 강의를 준비해오셨었다.
이 강의가 처음으로 대학에서 눈을 반짝이며 들었던 강의였다.
게임 엔진 속 세상에서 내가 만든 자식같은 창조물이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 느껴지는 감정은
내가 코로나 시기에 방에 박혀 하루종일 게임할 때 느끼던 그 행복과 유사했다.
이게 사실 상 게임 업계로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첫 번째 동기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복잡한 사고의 과정은 없었다.
2. 취업 준비 과정
이 때 까지만 해도 게임 업계 취업을 준비한다는 생각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대학 졸업장을 받고 나서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교보 문고 방문이었다.
서점에서 NCS 문제집을 뒤적거리고, 변리사 시험 문제집을 뒤적거렸다.
뭘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내린 그 당시 나의 결론이었다.
공기업 참 좋다. 신의 직장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이다.
근데 당시에 난 장점을 알았지만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큰 매력으로 느끼지 못했고
아버지와 비슷한 삶을 살기 싫은 반발감이 더 컸다.
정말 오만한 생각이지만 그 당시에는
매일 같은 정장을 입고, 매일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매일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삶이
쳇바퀴 같이 보였다.
그 반발감으로 인해 직장에 소속되기 보다는 개인적인 능력과 전문성이 있는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느꼈고,
그 중에서도 변리사가 멋있고, 내가 가진 지식 풀에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 제일 어려웠던 건, 지금까지 길었던 학생, 수험생 생활을 다시 몇년을 추가로 해야할지 모른다는 점이
최악이었다.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에 너무 지쳐있었고, 빨리 돈을 벌어 부모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말 해야하나라는 고민 속에서도 결국 집에와서 습관적으로 컴퓨터 전원버튼을 누르고
게임 접속부터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정말 뜬금없지만, 졸업 준비로 인해 학교 건물을 몇 번 오갈 일이 생겼었는데
이 때 학교 난간 쪽에 걸린 플랜카드에 '멋쟁이 사자처럼' 부트캠프 광고가 있었다.
이름이 신기하기도 하고, 마치 이걸하면 취업이 된다! 같은 아우라를 내뿜고 있어서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검색해보니 내가 하고 싶던 것과는 거리도 조금 있고 흥미도 없었다.
근데 이게 매우 중요한 행동이었다.
이런 부트캠프 관련 키워드를 한 번 검색하고 나니, 내 개인 광고 추천에 '국비 지원'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알아보니, 사교육을 받는데 공짜에 심지어 돈도 받으면서 다닐 수 있다는 점에 너무 혹했다.
당장 생활비 30~40 만원이 귀하던 시절에 매달 40만원을 준다는 건 가만히 있는 것보다 100배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은연 중에는 그래도 학원이니까 무언가 취업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자기만족감 같은 걸 스스로에게 방패처럼 썼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여러 국비지원 학원에 상담전화를 했었다.
그 중 대다수는 한 번 연락망이 통하고 나면 하루에 한 번 이상 전화해서 온갖 홍보와 등록할거냐 말거냐를 재촉했다.
여기서 사짜의 냄새를 강하게 맏고, 그런 연락이 오는 곳들을 거르기 시작했다.
학원들의 강사 이력을 보다가, 한 학원이 눈에 띄었다.
모 대기업의 A급 게임의 기술 총괄. 엄청난 이력에 여기다 싶어 등록 수순을 진행했다.
나중에 보면, 여길 안 갔어도 나는 결국 어떻게든 무언갈 하고 살았겠지만,
여길 갔기에 게임업계로 일을 시작하게되었다.
3. 국비 지원, 괜찮은가?
이 학원을 다니면서 기술적으로 성장했었나? 라고 묻는다면, 아니다.
사실 이미 원래 프로그래밍이 전공이기도 했고, 작게나마 대학에서 유니티 관련 강의도 들었었기에
다 아는 내용들이었다.
그 땐 몰랐었는데, 이 국비 지원이라는게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했던 사람들의 직종 변경, 취직을 위한
도약 단계를 조금 가이드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심도 깊은 기술 성장과 실무 가이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화려한 이력의 강사 분을 활용하였다.
평소 궁금했던 것들, 이런 게임의 이런 점은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등을 강사분을 붙잡고 틈날 때 마다 물어보았다.
아마 상당히 귀찮으셨을 수도 있다.
총 6개월 정도의 코스였는데, 3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학원에서 슬슬 조기취업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때, 기업 협약 프로젝트라면서 어떤 스타트업을 초청해서 간단한 프로젝트를 같이 하곤했다.
여기서 조를 편성해서 프로젝트를 하고 이 중 한 팀을 뽑아 해당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곤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사짜다.
제대로 진행되는 사내 프로젝트도 없고, 렌더링된 영상으로 보는 사람에게 무언가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척하고,
그걸로 국가 사업 지원금이나 수령하거나, 이런 학원생들을 콜라보한답시고 아이디어, 프로젝트를 가져가거나 작업을 페이없이 외주 맡기는 형태에 가깝다. 가서도 안되고 열심히 해줘서도 안된다. 애초에 이런 곳은 게임회사도 아니다.
아 물론 이 때 당시에 그걸 열심히 했던 다른 학우분들이 계셨지만, 그들의 노력이 헛수고라는 점은 아니다.
실제로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기도 했고, 그걸 하면서 많은 성장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들 정말 열심히 하시던 분들이었다.
그 분들이 그 기업과 연이 더 깊어지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다.
어쨋든 나는 이 회사를 가볍게 무시했고, 내 할 일을 했다.
이 쯤에 강사님이 지인 회사에 추천을 넣어줄 수 있으니 이력서를 낼 사람은 말해달라고 하셨다.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별로 성에 차지 않았었다.
죄송스럽지만 붙어도 안간다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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