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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에 관하여

게임 회사 입사부터 퇴사까지 솔직한 후기 (2)

by 17번 일개미 2026.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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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면접 과정


나는 면접을 두 군데 밖에 보지 않았었다.

첫 면접을 보러간 곳은 모 대기업의 모 스튜디오였다.

네임 밸류와 프로젝트 가치 때문에 정말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회사 내부를 들어가보니 엄청난 시설에

더욱 가고 싶단 마음이 커졌었다.

 

같이 지원했던 다른 동기의 서류는 한참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던 것에 비해

서류 넣은 다음 날 바로 면접 일정 전화가 왔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면접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면접에서 멘탈이 박살나서 나왔다.

나름 첫 면접이기에 긴장도 많이 했고, 준비도 많이 했었는데

준비했던 것들과는 너무 다른 방향으로 면접이 흘러갔고, 예상했던 질문도 막상 당황을 하게 되니 헛소리를 하게 되었다.

면접 보기 전 팁으로 본 글 중에, 최대한 아는만큼 얘기하고 틀려도 번복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었다.
면접 중에 면접관이 했던 기술적인 질문에서 나는 오답을 얘기했고

면접관이 "확실해요? 한 번 다시 물어볼게요." 라는 질문에 나는 번복하지 않으면서 그 때부터 면접관의 표정이 안좋아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와서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팁을 줄 수 있는 입장이라면, 모르는 건 아는 척하지말고 모르는 걸 인정하고 알아갈 자세와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고 싶다.

 

당연히 이 회사 면접은 탈락했다. 그래도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알게 된 귀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큰 회사라 그런지 면접비도 챙겨줬다.

 

두 번째 면접은 국비 지원 강사 분의 추천으로 간 곳이었다.
첫 면접에서 기술 질문으로 탈탈 털린 상황인데다 그렇게 가고 싶은 곳도 아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면접에서 기술 질문은 커녕

"담배 펴요?", "주량이 어떻게 되죠?" 같은 질문을 받으니 면접이 끝나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인사팀에서 합격 통보와 함께 연봉 협상에 대한 전화가 왔다.

그렇게 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상태였기에

"시간을 좀 갖고 결정해도 될까요?" 라고 질문했는데

오늘 안에 결정해주셔야 합니다 라는 답변을 듣고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이 순간 나는 첫 면접을 봤던 회사가 떠올랐고, 탈탈 털린 충격이 다시 떠올랐다.

내가 여길 가지 않겠다고 하면,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나를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 무기력함이 "가겠습니다." 라는 답변을 하게되었다.

 

무조건 첫 연봉을 높게 불러야 그 아래라도 받을 수 있다는 누군가의 조언이 떠올라 내가 생각한 금액을 질렀다.
역시나 그 보다 500만원 낮은 연봉을 제안하며, 회사 내규로 정해져있어 이 이상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비교군도 없었고, 사실 협상할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그러겠다고 했다.

 

5. 첫 출근


 

첫 출근은 굉장히 어색한 기억만 남아있다.

인사팀 직원이 나를 데리고 사내를 돌며 각 파트마다 90도 인사를 하며 돌게 시켰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에 누구에게 뭐라고 인사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자리에 앉으니 팀장이 무언가 과제를 던져주었다.

아무 가이드가 없으니 이걸 왜 하는건지 뭘 얼마나 어떤 수준으로 해야하는건지 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원래 회사는 이런 곳이구나 하며 최대한 빠르게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사실 의문점을 가졌던 이유는 적혀진 과제의 내용은 무언가 기술을 활용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유니티 엔진 사용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손이 있고, 머리가 있고, 업계에 취업 문을 두들길 수준이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수준을 왜 시키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안에 마무리 짓고 완료를 보고하였다.

그런데 슥 보더니 "어~ 다 했네~. 빨리 했네요? 그냥 뭐 다른 거 공부하고 코드 좀 보고 있어요." 가 전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도했던 바가 아닌 것 같은데, 적어도 어떻게 만든건지 질문을 한다거나 작성한 코드를 본다거나 하는 과정은 없었다.

 

지금 추측으로는 과제의 의도와 나는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냈었다고 생각이 든다.

 

6. 업무 시간과 야근


첫 출근부터 모든 사람들이 야근을 했다.

나는 집에 보내주긴 했는데, 그 다음 주 부터는 명목 상 나도 같이 야근을 하기 시작했다.

이 때 부터 거의 3~4개월 정도는 주말없이 밤샘 야근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항상 뭐든 처음하면 재미있기 마련이다.

초기에는 사실 내가 크게 할 작업도 없었기에 마음도 가벼웠고, 야식 먹는 즐거움도 있었기에 남아있으면서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걸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평생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입 티를 조금씩 벗을 때 마다 이런 야근이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우울함으로 다가왔다.

 

해뜨는 걸 보고 갈 때도 있고, 해 뜬 뒤에 사우나가서 씻고 다시 사무실로 오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까지 거리도 있었기에 비교적 일찍 퇴근을 해도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되는 경우가 기본값이었다.

3년동안 집은 거의 잠만 자는 모텔이었다.

나는 고3 수험생 때도 밤을 샌 적이 없다.

밤을 새는 건 능률도 떨어지고 의미 없이 앉아있는 시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밤을 샜다는 뿌듯함에 자기 위로를 하는 것에 가깝다.

차라리 일찍 제 시간에 자고, 다음 날 일찍 시작하는 것이 퍼포먼스가 더 좋다.

그래서 야근이 나는 더욱 더 힘들었다.

 

"돈은 많이 벌겠네?"

거의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대부분의 게임회사는 포괄임금제다. 내가 해 뜨는 걸 보고 가더라도 페이는 0원이라는 얘기다.

그럼 포괄이면, 야근이 가정된 금액으로 기본 연봉을 높게 책정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회사는 결국 어떻게든 급여를 적게 주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 놈의 포괄임금제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악법이다.

 

물론 모든 게임회사가 이렇게 야근을 하지는 않는다.
또 파트마다 다르다. 내가 본 경우에서 아트 팀의 경우, 대부분은 야근을 하지 않는다.
게임서비스와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받지 않기에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회사는 야근이 많다.

모든 회사를 경험하진 않았지만, 다른 회사로 이직한 동료나 건너 아는 지인, 타인들의 소식을 들으면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내가 다닌 회사가 제일 심했다)

 

만약 게임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이런 생활을 견딜 수 있는지 꼭 스스로에게 질문했으면 좋겠다.

 

7. 장점과 단점


 

내가 겪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의 공통점들은 아래와 같다.

 

단점

 

1. 수평적인 것을 가장한 수직적 구조이다.

자유롭게 의견을 내길 원하지만, 목소리를 내면 숙청당한다.

그렇지만 의견을 내지 않으면, 수동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2. 실력 있고 일 잘하면 손해본다.

일을 잘 하면 일을 더 주고, 실력이 있으면 시기 질투한다.

 

3. 정치를 잘 해야 성공한다.

사람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결국 뒤가 매우 구렸다.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깎아 내리고 밀어내고 이슈화시키는 것을 많이 보았다.

어떤 문제의 책임을 떠맡을 대상을 찾아 책임을 전가하고 처벌한다.

잘 된 것은 본인의 성과로 만든다.

 

4. 월급 루팡이 너무 많다.

흔히 묵묵히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바보된다.

그 사람들만 더 많은 일을 하게되고 떠넘겨 받게된다.

고 연차의 고 연봉 월급 루팡들은 일 하는 척을 하기 위한 일을 한다.

 

5. 게임의 성공을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케이스가 있다.

주관적이지만, 게임의 성공은 80%의 운과 15%의 마케팅, 5% 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게임 커리어가 있으면, 한 자리 차지하고 그걸 권력처럼 휘두르는 경우가 있다.

 

6. 직원을 소모품으로 생각한다.

어느 회사나 비슷한 면모가 있겠지만, 유독 심하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잠을 제대로 자거나 말거나, 밥을 먹거나 말거나, 아프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는다.

못 버티면 자르거나, 제 발로 나가게 만든다.

 

7. 강도에 비해 급여가 적다.

퇴근할 때, 세상을 둘러보면 유동인구가 없다.

이 시간까지 일을 한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포괄일 경우에는 열정페이, 비포괄이라 하더라도 업계에서 일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치에 비해

기본급이 낮다. 연봉 공유는 금지지만 아름아름 알게 되어보면 이 정도 근무시간이면 배달을 뛰면 2배는 벌겠다고 느낀다.

주로 높은 급여는 '장' 급들이 가져간다.

 

8. 수명이 짧다.

프로젝트의 수명이 곧 나의 수명이다.

회사는 건재해도, 프로젝트가 접히거나 망하면 정리해고를 당할 확률이 매우 높다.

보통 프로젝트의 개발 기간이 짧게는 1~2년, 길게는 5년도 가는데 회사로서의 안정성으로 보면 최악인 편이다.

보통 주변 분들에 의하면 2년정도 다니면 오래 다닌 편이라고 하니, 2년마다 새 직장을 구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삶이라고

생각했을 때 최악의 고용 안정성을 보여준다.

 

장점

 

1. 일반 회사에 비해 어느정도 자율성이 있다.

경우마다 다를 수 있지만 슬리퍼를 신고 출근해도 상관없다.

염색도 파랗고 빨개도 문제없다.

 

2. 게임이 성공하면 나에게 오는 파이가 있다.

일반적인 회사의 경우 회사의 매출이 나의 인생을 바꾸는 것과는 무관한 편이라고 보는데

알고 있는 사례로는, 분당 아파트 분양권을 받는다거나, 외제차를 뽑을 수 있는 금액을 받거나,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천만원을 인센티브로 준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스톡옵션을 꽤 지급하는 편인데, 이걸 받을 경우 추후 매각 시 큰 돈이 되기도 한다. (휴지가 될 수도 있지만)

 

3. 파이프라인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게임이라는 건 사실 상 이론적으로 1인이 혼자서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을 회사에서 한 사이클을 겪어보게 되면, 그대로 따라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파트마다 다르겠지만, 프로그래머라면 게임 출시까지의 대체로 큰 틀이 다 같을 것이기 때문에

이걸 잘 보고 배운다면 내 것으로 만들어 개인 사업을 노려볼 수도 있다.

 

4. 출세의 기회가 있다.

만약 일반 기업라면 직원이 대표가 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면,

게임 회사는 적어도 기회는 있다고 본다. 직원이었지만 경력, 실력, 정치로 파트의 '장'을 맡게 될 수 있고

'장'을 달고 성공 프로젝트를 런칭하면 C레벨 근처의 한 단계 높은 '장'이나 이사까지 가는 케이스를 꽤 보았다.

 

5. 업계가 좁다

명확한 단점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흔히 실력적으로 인정받는 경우, 네임드가 되는 경우에는

여기저기서 모셔가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 이런 타이틀을 얻게되면 주도권이 본인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또한 본인의 이미지를 잘 만들어 두었다면, 이직 때도 보통 추천받아 움직이는 편이다.

 

형평성을 맞추려고 했으나, 적다보니 장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더 짜낼 수가 없다.

단점은 얼마든지 더 적을 수 있지만 주관적인 감정만 추가될 것 같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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